info-3309 님의 블로그
테라(UST/LUNA) 코인의 탄생과 사태의 원인 본문
면책: 본 글은 교육 목적의 일반 정보이며, 투자·법률·세무 자문이 아닙니다.
핵심 개요
테라는 UST(달러에 묶인 코인) 과 LUNA(가격이 움직이는 코인) 을 짝으로 설계했다. 원리는 간단해 보였다. UST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UST를 태우고(소각) 같은 가치의 LUNA를 만들 수 있어 차익이 생기고, 1달러 위로 오르면 LUNA를 태우고 UST를 만들 수 있어 공급이 늘어난다. 이론상 시장 참여자가 스스로 가격을 1달러로 되돌린다는 아이디어다. 여기에 예치만 해도 두 자릿수 이자(앵커) 를 준다는 조건이 붙으며 빠르게 커졌다. 하지만 2022년, 큰 자금 이탈→가격 이탈(탈페그)→패닉 매도가 이어지면서 방어가 무너졌다.
시대적 배경
- 낮은 금리·풍부한 유동성: “수익을 찾아” 크립토로 돈이 몰리던 시기였다.
- 디파이의 고속 성장: 스왑·대출·브릿지가 익숙해져 새 코인도 곧바로 큰 유동성을 얻을 수 있었다.
- 온체인 달러 수요: 거래와 담보에 쓸 달러값 토큰이 필요했고, 높은 이자가 달린 UST가 눈에 띄었다.
지정학·규제 배경
- 스테이블코인 규칙이 아직 정리되기 전이라 공시·감사·소비자 보호 기준이 느슨했다.
- 몇몇 큰 지갑·기관에 유동성이 한쪽으로 몰리며, 특정 움직임이 연쇄 충격으로 번지기 쉬웠다.

테라 코인의 설계: 무엇이 어떻게 돌아갔나
1) 이중토큰 구조 — UST(고정가) × LUNA(변동가)
테라는 ‘가격을 고정하려는 토큰(UST)’ 과 ‘완충 장치 역할을 하는 토큰(LUNA)’ 을 짝으로 묶었다. 요지는 UST의 1달러 유지(페그) 를 위해 LUNA가 완충재·흡수재로 쓰인다는 점이다. LUNA의 시장가치가 높을수록, 같은 달러 가치를 맞추기 위해 적은 양의 LUNA 발행으로도 UST를 구제할 수 있다.
2) 민팅/소각(시뇨리지 교환)
- UST < $1: 참여자는 UST를 소각하고 $1어치 LUNA를 민팅해 차익을 얻는다(UST 수요↑, 공급↓ → 가격↑).
- UST > $1: 참여자는 LUNA를 소각하고 UST를 민팅해 차익을 얻는다(UST 공급↑ → 가격↓).
이 ‘교환 규칙’은 차익거래를 자극해 자연스러운 가격 복귀를 노렸다. 설계의 핵심은 “시장 참여자가 스스로 균형을 찾는다”는 믿음이었다.
3) 앵커(Anchor) 금리
UST를 예치하면 두 자릿수 이자를 주는 구조가 도입됐다. 예치가 늘면 UST 수요가 커지고 유통량이 확대되어, 네트워크 전반의 사용성이 커지는 선순환을 기대했다. 다만 이자는 시장 수익+보조금이 섞여 조달되었고, 장기간 동일한 수익을 유지하기에는 재원과 위험 관리가 관건이었다.
4) 유동성 인프라
UST는 AMM(예: 커브 등)과 중앙화 거래소, 체인 간 브릿지를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했다. 유동성은 가격 방어력의 핵심인데, 큰 매도/출금이 한쪽에 몰리면 풀의 깊이가 얕아져 가격이 급격히 이탈할 수 있다. 즉, 설계 자체뿐 아니라 유동성 분산·재빠른 보충이 안전판이었다.
5) 외부 준비자산(리저브)
시장 충격에 대비해 비트코인 등 외부 자산을 축적해 두고, UST가 크게 이탈할 때 시장 매수·담보 제공 등으로 방어하려 했다. 하지만 변동성이 큰 자산을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동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. 준비자산이 충분히 크고 즉시 동원 가능해야 효과가 난다.
6) 설계의 강점과 취약점
- 강점: 온체인 자동 규칙, 빠른 결제, 멀티체인 유동성, 강한 인센티브(예치 이자)로 초기 확산이 빠르다.
- 취약점: (a) 담보가 약한 페그(신뢰 이탈 시 LUNA 희석), (b) 유동성 편중(한쪽 쏠림에 취약), (c) 인센티브 지속성(보조금 의존 시 불안), (d) 의사결정 지연(위기 대응 타이밍).
핵심은 “UST의 안정성이 결국 LUNA의 시장 신뢰에 기대는 설계”였다는 점이다.
어떻게 붕괴했나?
- 가격 이탈의 시작: 대규모 출금·스왑이 나오자 UST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갔다.
- 자동 복구의 한계: 규칙대로라면 UST를 태우고 LUNA를 만들며 페그를 복구해야 했다. 하지만 LUNA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자, 같은 달러 가치를 맞추려면 더 많은 LUNA 발행이 필요해졌다.
- 공급 폭증과 악순환: LUNA가 대량 발행→가격 더 하락→다시 더 큰 발행… ‘죽음의 나선’ 이 만들어졌다.
- 유동성 고갈: 핵심 유동성 풀에서 매도 쏠림이 커지며 풀이 얕아졌고, 페그 복귀가 더 어려워졌다.
- 준비자산 방어 실패: 외부 자산(BTC 등)으로 방어를 시도했지만, 규모·속도가 부족해 신뢰 회복에 실패했다.
- 연쇄 파급: 담보 대출, 브릿지, 다른 프로토콜까지 청산·디레버리징이 번지며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다.
왜 이런 구조가 위험했나?
- 담보가 약함: 준비금 없이 알고리즘과 보조토큰만으로 1달러를 지키려 했기 때문에, 신뢰가 흔들리면 스스로 무너질 수 있는 구조였다.
- 높은 이자 의존: 앵커의 거의 고정 이자가 수요를 키웠지만, 지속 가능한 재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언젠가 균형이 깨진다.
- 유동성 편중: 특정 풀·체인·거래소에 쏠리면, 한쪽에서 매도 러시가 날 때 방어가 어려워진다.
- 거버넌스·의사결정 속도: 급변 상황에서 투명한 공시·빠른 대응이 필요했지만, 실제로는 혼선과 지연이 있었다.
다음엔 무엇을 봐야 하나?
- 상환이 실제로 가능한가: “언제든 1달러로 바꿔준다”가 은행·결제망·커스터디에서 실무적으로 작동하나?
- 준비금의 질·공개: 무엇으로, 어디에, 어떤 만기로 보관하는지 정기 공개하나?
- 유동성의 폭과 분산: 거래소·온체인 풀의 깊이와 다변화가 충분한가?
- 인센티브의 지속성: 높은 이자가 시장 수익으로 자생하는가, 아니면 보조금·금고 소진에 의존하는가?
- 거버넌스와 비상계획: 탈페그·런 상황에서 누가, 무엇을,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지 정해져 있는가?
용어정의
- 탈페그(De-Peg): 스테이블코인이 목표가(1달러) 에서 벗어나는 일.
- 소각·민팅: 토큰을 없애거나(소각) 새로 발행(민팅) 하는 것. 테라는 이를 통해 UST↔LUNA 교환을 설계했다.
- 죽음의 나선: 방어를 위해 더 많이 발행할수록 가격이 더 떨어져 방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.
- 준비자산: 페그 방어에 쓰는 외부 자산(현금·국채·BTC 등). 규모·유동성이 핵심이다.
- 앵커 프로토콜: UST 예치에 두 자릿수 이자를 제공하던 서비스. 수요 확대에 기여했지만 지속가능성 논란이 컸다.
- 페그: 특정 가격(주로 1달러)에 가치를 묶는 약속/장치.
- 시뇨리지 교환: UST↔LUNA를 민팅/소각으로 바꿔 가격 괴리를 메우는 메커니즘.
- 유동성 풀(AMM): 토큰을 공급해 자동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온체인 마켓. 깊을수록 가격 충격이 작다.
핵심 정리
테라는 “알고리즘만으로 1달러를 지키겠다” 는 실험에 높은 이자를 더해 빠르게 커졌다. 그러나 신뢰가 흔들릴 때 스스로를 지탱할 담보·유동성·상환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으면, 탈페그→공급 폭증→붕괴로 이어진다. 다음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볼 땐 상환 가능성, 준비금 공개, 유동성 분산, 인센티브 지속성, 비상계획을 먼저 점검하자.
'화폐혁명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전통 금융자본가 관점에서 본 암호화폐의 등장 (0) | 2025.10.08 |
|---|---|
| 링컨과 그린백 달러(Greenback Dallar) 탄생의 역사적 배경 (0) | 2025.10.07 |
| 로마 제국의 통화 정책과 흥망(興亡) (0) | 2025.10.07 |
| 19세기 화폐 위기 역사들 (0) | 2025.10.07 |
|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(CLARITY Act, H.R. 3633) 완전 해설 (0) | 2025.10.05 |
| 스테이블코인의 종류별 특성·리스크·시장 전망 (0) | 2025.10.05 |
| 트럼프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정책의 핵심: GENIUS Act (0) | 2025.10.04 |
| 디지캐시와 초기 암호화폐 실험 : 프라이버시 화폐에서 무허가 네트워크까지 (0) | 2025.10.03 |